[이런 인물 들어봤니] 브루스 헌트 선교사(Bruce F. Hu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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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런 인물 들어봤니' 코너에서 만나볼 신앙의 선배님은
브루스 헌트(Bruce F. Hunt) 선교사입니다.
일제강점기 신사참배를 수용한 한국교회의 결정은 지금도 뼈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1938년 9월 조선기독교장로회 총회의 신사참배 결의에 반대했고 개혁신앙을 추구하며 한국교회가 바른길을 가길 꿈꿨던 선교사가 있다. 누구보다 한국을 잘 알았던 선교사로 꼽히는 한부선(본명 브루스 헌트·1903∼1992)이다. 그가 46년 10월부터 48년 7월까지 미국에 있던 아내에게 보낸 1500여쪽의 편지를 묶은 서간집(1∼4권)과 은퇴 이후 가진 인터뷰를 묶은 한부선 컬렉션(키아츠)이 출간됐다.
한 선교사는 1903년 부친 한위렴(윌리엄 헌트) 선교사의 아들로 태어나 황해도 재령에서 한국 아이들과 함께 자랐다. 고등학교 진학 문제로 1919년 미국으로 떠날 당시 한국 독립만세운동 현장에서 주운, 누군가 손으로 직접 그린 태극기를 액자에 담아가선 평생 간직했다고 한다. 미국 프린스턴신학교를 졸업한 뒤 1928년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로 파송, 청주에서 선교사역을 시작한 그는 방위량(윌리엄 블레어) 선교사의 딸 한가태(캐서린 블레어)와 결혼해 5명의 자녀를 뒀다.
한 선교사는 신사참배가 우상숭배이고 결코 성경적이지 않다며 38년 신사참배 결의 총회 당시 이의를 제기했다. 이후 반대하는 신앙인들과 ‘장로교 언약문서’를 체결해 신앙을 지켜 나갔다. 이번에 출간된 ‘한부선 인터뷰’와 ‘서간집’ 곳곳에서 신사참배에 반대했던 이유와 배경을 그의 육성으로 들어볼 수 있다. 인터뷰는 미국 휘튼대학교에서 선교자료 확보차 한 선교사와 80년 3월과 5월, 82년 10월에 진행했던 테이프 녹음을 풀어 새롭게 번역한 것이다.
서간집은 그가 자녀들과 함께 미국에 머물던 아내에게 이틀 또는 사흘에 한 번꼴로 써서 보낸 사적인 편지글이다. 45년 해방 후 미군정기 부산 등 경남지역의 한국교회 상황과 고려신학교 초창기 모습을 세세하게 기록했다. 그가 이방인의 눈으로 솔직하게 써 내려간 당시 주요 인물들에 대한 평가와 뒷이야기가 흥미롭다.
사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 선교사의 편지 원본의 존재 사실이 알려진 뒤 87년 미국에 있던 최재건 전 연세대 교수가 1500여쪽의 손편지를 일일이 복사했다. 이후 국내에서 번역 출간을 시도했지만 재정 등 여러모로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이후 정주채 향상교회 목사와 작고한 홍치모 총신대 교수의 도움을 받아 초역 작업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한 선교사의 자녀들이 교정을 보기도 했지만 끝내 출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세월이 흘러 2016년 정주채 목사와 정근두 울산교회 목사가 김재현 한국고등신학연구원(KIATS) 원장에게 자료를 전하며 출간 가능성을 타진했다. 편지 순서가 뒤섞이며 알아보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사료로서의 중요성과 가치를 간파한 김 원장을 필두로 2년간 전경미 박사 등 국내외 연구진이 매달렸다. 출간 막바지 울산 시민교회 이종관 목사의 후원 등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교단 20여 교회와 목회자들의 재정 후원과 격려가 큰 힘이 됐다.
책을 통해 무엇보다 복음 전파에 앞장섰던 열정적인 선교사요 삶과 신앙에서 모범이 됐던 한 인간을 만날 수 있다. 한 선교사는 46년 11월부터 부산에 머물면서 고려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경남 의령 대구 서울 제주 등 전국을 다니며 설교했다. 기차 옆자리 승객은 물론이고 누구든 만나기만 하면 복음부터 전했다. 정근두 목사는 “고려신학교에서 한 선교사의 수업을 들고, 51년 만에 자료를 통해 다시 은사를 만났는데 이렇게 전도에 열정적인 선교사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얼마나 꼼꼼하게 당시 선교사역들을 기록해 놨는지 감탄이 나온다”며 “우리 교단의 해외 선교사 500여명에게 종이책으로, 그게 어려우면 e북으로라도 꼭 책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한 선교사는 자국민을 통한 교회 성장을 강조했던 네비우스 정책에 충실했고, 누구보다 한국을 사랑한 분이었다”며 “그의 신앙적 열정과 영적인 유산을 독자들이 읽고 나누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출처] 국민일보
[원본링크]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997698&code=23111312&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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